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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천국 유럽에 전력난... 바람이, 안 분다연료값 올라 사회적 약자 타격... 천연가스 대국 러시아발 지역 안보위기 부상도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ㆍ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 심의·의결
탄소중립 견지하되 부작용·악조건 대비 비상계획 필요

사람의 힘이 아닌, 자연의 힘을 활용해, 네덜란드는 땅을 넓혔다.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 부는 편서풍을 이용한 네덜란드의 풍차는 친환경 에너지의 시조 격이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네덜란드는 풍차로 유명한 나라다. 바람의 힘으로 방아를 찧는다. 밀가루를 만들거나 기름을 짜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나중에는 물을 퍼내는 관개시설이 됐다. 네덜란드는 ‘낮은 땅’이라는 뜻이다. 국토의 1/3이 해수면보다 낮아서 댐을 세우고 만든 간척지가 많다. 비가 많이 오거나 바닷물이 넘치면 곧바로 물을 퍼서 댐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이럴 때도 풍차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람의 힘이 아닌, 자연의 힘을 활용해, 네덜란드는 땅을 넓혔다.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 부는 편서풍을 이용한 네덜란드의 풍차는 친환경 에너지의 시조 격이다. 

13세기에 처음 등장한 네덜란드의 풍차는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전까지 전국에 약 1만개가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연기관이 발명되면서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내연기관은 화석연료를 쓴다. 석탄·석유 등을 태워 물을 끓이고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동력을 만든다. 이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게 불행의 시작이다. 현대 문명과 함께 늘어난 내연기관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냈는데, 지구의 대기권을 막으면서 지구의 복사열을 가두는 효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지구는 마치 거대한 비닐하우스 안처럼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우선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는다. 이는 해수면의 상승을 유발한다. 물에 잠기는 땅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바닷물의 염도에 영향을 미쳐 해류의 정상적 흐름을 방해한다. 해류는 바람의 방향을 바꾼다. 바닷물을 따라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엉뚱한 곳으로 간다. 이 때문에 기상 이변이 생긴다. 갑자기 큰 비가 내리거나 가뭄이 들기도 한다. 기온이 갑자기 오르기도 내리기도 한다. 

이 같은 해류와 바람과 온도의 변화는 한 곳에 살았던 동식물의 식생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종은 수가 줄거나 아예 멸종하기도 한다. 특히 인류는 최근 1세기동안 그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종이다. 더 많은 땅과 식량이 필요하지만, 농업 생산 기술은 아직 변화무쌍한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농업 인프라를 갖춘 농업 선진국은 버틸만하지만 개발도상국은 식량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 자원 불균형은 분쟁을 낳기도 한다. 난민문제, 지역분쟁, 테러 등이 여기서 기인한다. 

현대 문명과 함께 늘어난 내연기관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냈는데, 지구의 대기권을 막으면서 지구의 복사열을 가두는 효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지구는 마치 거대한 비닐하우스 안처럼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제 사람들은 뜨거워지는 지구를 방치했다가는 부유한 나라라고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찌감치 산업화의 과실을 따먹은 유럽과 북미국가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당면과제가 된 것이다. 수 년전부터 각국 지도자들은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맺은 약속 중 대표적인 것이 ‘파리협정’이다. 

파리협정은 2015년 12월 12일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서명해 채택한 국제 협약이다. 당사국들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유지하는데 동의했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제로)이 되도록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정한 감축목표(NDC)도 5년마다 제출해야 한다. 이후 약속한 이행사항들을 주기적이고 투명하게 점검해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각국은 이를 이행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스웨덴, 영국, 프랑스, 덴마크, 뉴질랜드, 헝가리 등 6개국이 ‘탄소중립’을 이미 법제화했다.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EU(유럽연합)은 2050년 까지, 중국은 2060년 이전까지, 일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목표를 선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취임 직후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 8월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세계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를 한 나라가 됐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있다. 핵심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 환경 문제에 민감한 유럽은 일찌감치 신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밴데(A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된 전력 중 38%는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왔다. 

반면, 화석연료 비중은 37%에 그쳤다. 사상 처음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화석연료를 앞지른 것. 또한 풍력과 태양광발전은 2015년 대비 2배 이상 늘면서 유럽연합 전체 전력 생산량의 20%를 차지했다. 반대로 석탄 발전량은 2019년보다 20%나 줄어들면서 전체의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든 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대규모 풍력 발전단지가 들어선 북해 지역에 바람이 잠잠해진 것이다.

2020년 기준 풍력은 유럽 전체 발전량의 13%를 담당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북해에는 바람이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북해의 거센 바람은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그러던 바람이 올해 들어 유독 약해졌다. 급기야 풍력발전 비중이 5%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은 해상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 [사진=픽사베이]

2020년 기준 풍력은 유럽 전체 발전량의 13%를 담당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북해에는 바람이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북해의 거센 바람은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오히려 남아도는 전기를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던 바람이 올해 들어 유독 약해졌다. 급기야 풍력발전 비중이 5% 아래로 떨어졌다. 9월 들어 바람은 거의 없어졌다. 유럽 전체 전력난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멈췄던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천연가스(LNG)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석탄·석유에 비해 청정에너지이므로 발전소의 원료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어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점인 네덜란드 TTF 가격은 지난 5월 MMBtu(영국의 열량 단위)당 9달러에서 최근 40달러까지 상승했다. 아시아 현물 가격(JKM)도 5월 7달러에서 42달러로 올랐다. 그야말로 폭등세다. 

지구를 지키자고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부른 부작용이다.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불규칙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대발전량의 100%를 가정하고 송전 설비를 해야 하므로 과잉 투자의 낭비도 생긴다. 이번처럼 내내 불던 바람이 수개월째 안 불면 대책이 없다. 결국 기존 에너지를 급히 구해야 하는데 원료 급등으로 전력가격 또한 폭등한다. 이게 사회적 약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겨울로 접어든 북반구의 서민들에게 전기료 폭등은 재앙이다. 이를 국민들에게 전가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재정 부담을 해야 한다. 복지는 줄어드니 빈자의 삶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갑질’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가스프롬의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면 더 싸게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신규 가스관 프로젝트인 ‘노르트스트림2’를 유럽연합이 승인하라고 은근히 종용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치조프 유럽연합 주재 러시아 대사는 “유럽이 지정학적으로 러시아를 적으로 규정하는 태도를 바꾸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크림반도 강제합병 문제로 촉발된 유럽연합의 대 러시아 제재를 풀라는 뜻이다. 에너지 문제로 유럽연합이 러시아에게 위협을 당하는 형국이다. 신재생에너지가 부른 안보 위기 상황이다. 

이번 유럽발 에너지 대란도 북해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잠잠해 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더디더라도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해야 한다. ‘친환경’ 정책을 펴려다 갯벌과 산림 등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자원 낭비로 또 다른 ‘반환경’ 요소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반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일을 계기로 탄소중립 반대 혹은 원전 확대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화석에너지를 줄여 지구를 지키자는 대원칙이 손상되어선 안 된다. 탄소중립은 인류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인류가 공멸하고 성급히 추진하면 약자가 피해보는 난제가 인류 앞에 놓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월) 오후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지난 10월 18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심의·의결했다. 10월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우리나라의 감축목표(NDC)는 11월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발표된다. 정부 온실가스 감축안에 따르면, 농축수산 부문에서도 논물 관리방식 개선, 가축분뇨 질소저감 등을 통해 2018년 2470만 톤에서 2030년 1800만 톤으로 27.1% 감축해야 한다. 농업계는 향후 변화와 부작용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할 의사결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결정 전후로 치밀한 계획과 대비가 필요하다.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는 사람이 없고 국가안보까지 고려한 에너지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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