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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하락에 애타는 농심... 당국은 묵묵부답대선주자-국회의원들 시장격리 요구... 수출만큼 중요한 농산물 제값받기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또 다시 쌀값이 문제다. 쌀값에 민감한 건 소비자뿐 아니다. 농민은 오히려 훨씬 더 불안하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11월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에 5만 2998원. 약 40일 전인 10월 5일 쌀값에 비해 약 7%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약 2.2% 낮아졌다.

왜 그럴까? 올해 쌀 풍년이 들었기 때문이다. 쌀 생산량이 늘어나니 쌀값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농민 입장에선 이게 사활이 걸린 문제. 더구나 올해는 쌀 가격 하락에 따른 변동직불금 제도도 폐지됐다. 대신에 등장한 제도가 바로 쌀 시장 안정을 위한 ‘시장 격리제도’. 생산된 쌀 일부를 시장으로부터 격리해서 쌀값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시장격리를 해서 농민들에게 쌀을 제값 받고 팔 수 있게 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런데 여기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기획재정부도 쌀 생산 농민들이 원하는 시장격리에 대해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여기에는 약 30만톤 가량을 시장 격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조원 정도인 점, 현재 쌀값도 높은 거라는 농식품부와 기재부의 판단이 깔려있다. 이를 보다 못한 대선후보도 쌀 시장 격리를 언급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쌀값 하락방지를 위해서는 쌀 27만 톤 정도를 즉시 시장격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런데 당국은 다음과 같은 입장이 유지하고 있다. “시장격리라는 것은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을 때 하는 거다. 지금이 그런 때인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겠다.” 이는 지난 11월 3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에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 말이다. 여러 국회의원들이 쌀 공급 과잉물량에 대한 선제적 시장격리를 촉구했지만, 김 장관은 “좀 더 두고 보자”, “신중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겠다” 등의 말만 반복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11월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에 5만 2998원. 약 40일 전인 10월 5일 쌀값에 비해 약 7%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약 2.2% 낮아졌다. [사진=픽사베이]

◇ 쌀값 하락에도 시장격리 약속 안 지키는 정부...대선 후보도 시장 격리 입장 표명

이 같은 정부의 신중론과 ‘종합적 판단’이라는 전가의 보도(?) 앞에 농민들이 결국 들고 일어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구성원들이 지난 11월 29일 정부세종청사의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건물 앞에서 볏단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리며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과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을 즉각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정부는 스스로 제정한 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으며 농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시장격리 요건은 뭘까? 개정 양곡관리법에는 초과생산량이 생산량(또는 예상생산량)의 3% 이상인 경우, 수확기 가격이 평년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에 시장격리를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올해는 쌀 수확량이 전년에 비해 약 10% 증가해 약 388만 톤이나 돼 이미 시장 격리 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내년 예상 수요량인 357만 톤과 비교해볼 때 약 30만 톤 이상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상황.

이에 농도인 전북과 전남의 국회의원들도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승남, 서삼석, 윤재갑, 이개호, 이원택, 주철현 등 전북‧전남 지역구 의원 18명은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올해 공급과잉 쌀 물량에 대한 선제적 시장격리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개정된 양곡관리법으로 시장격리제도 시행을 위한 법적 절차는 완료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하면 오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선후보들에게도 농민단체가 농정개혁을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지난달 23일 “문재인 정부의 농업홀대가 극에 달했다. 새 정부에서는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농업·농촌·농민 담당 수석을 만들어 현장과 소통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박흥식 의장은 또 “농업과 농민이 그림자 취급 당한 이유는 대통령에게 농촌 현장상황을 전해주는 책임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새 정부는 지역농정수석 등을 임명해서 수시로 현장과 소통함으로써 제대로 된 농정이 펼쳐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흥식 의장과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한 목소리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며 농민기본법 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법은 “국민의 경제, 사회, 문화의 기반인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과 품질 좋은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농업인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농업, 농촌 및 식품산업이 나아갈 방향과 국가의 정책 방향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1조 총칙에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유명무실한, 거의 있으나 마나한 법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1월 29일 세종정부청사 농림축산식품부와 기재부 앞에서 ‘정부는 양곡관리법을 지켜라! 벼 시장격리 요구 벼 적재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농은 기자회견과 함께 기획재정부 남문과 북문, 농림축산식품부 정문에 벼 톤백을 적재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 거세지는 농민들의 목소리...농민기본법 제정 등 실질적 제도 마련 시급

이에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적 대응체계 미흡을 질타하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행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은 5년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을 통해 목표치 등을 포함한 식량자급 추진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지만, 품목별 곡물자급률은 목표수치 조차 제시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5년으로 되어있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의 수립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과 식량자급 목표 설정 시 품목별 곡물자급률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지난 12월 1일에는 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한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진보당과 전농 의성군농민회와 전농 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의성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해 입법청원 운동을 반드시 성사시켜 국가책임 농정 실현으로 대한민국의 식량주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한국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한데 이는 역대 정권 중 최저.최악이다. 식량 수입 국가 5위, OECD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 최하위가 한국 식량주권의 현주소다. 이는 농업과 농민이 정부와 대통령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아 온 결과”라고 꼬집었다.

지자체들의 요구 및 비판도 거세다. 경남도의회는 지난달 30일 '2021년 쌀 초과생산에 따른 공급과잉 물량 조기 시장격리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이라는 이유로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전남 담양군도 "올해 쌀 과잉 생산에 대비해 시장 격리조치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담양군은 정부가 법대로 쌀 공급 과잉 예상 물량에 대한 시장 격리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농민에 대한 지원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충남 지역 쌀 생산 단체도 "정부에 올해 초과 생산한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등 5개 단체는 "올해 쌀 생산량이 소비량 대비 30만 톤이 많아 자동격리 기준에 적합하지만,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쌀값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겠다는 의도"라고도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초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지난 25일 기준 역대 최초로 100억 달러를 돌파해 101억 3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전통식품 이랄 수 있는 인삼‧김치와 더불어딸기, 포도 등도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잡았다. 김은 특히나 단일품목 기준으로 가장 많은 국가인 113개국에 수출을 이뤄냈다. 아무쪼록 쌀농사 짓는 농민도 이런 보람을 좀 느끼며 살아보고 싶은 게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그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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