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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패러다임 대폭 바뀐다기존 '동물보호법', 동물복지법으로 대체... 새정부 동물복지 정책 윤곽 나와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1990년대 영화 ‘라스트 모히칸’에서는 매우 인상 깊은 장면이 영화 초입에 등장한다. 아메리카 인디언 3부자가 엽총으로 사슴을 사냥한 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형제여”라며 죽은 사슴의 명복을 비는 장면. 경건하고도 진지한 그 대목에서 왠지 모를 전율을 느꼈다는 관객들이 많았다. 그건 바로 동물도 우리와 똑 같은 생명이라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따뜻한 마음가짐과 태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동물에게도 사람처럼 자유가 있다. 동물에겐 ‘5대 자유’라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동물들은 ▲배고픔과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 · 상해 ·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현행 「동물보호법」과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 또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이런 식이다. 동물운송 시 준수사항을 의무화하고 동물운송차량의 구조 및 설비 등 동물운송에 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하여 운송 중 동물의 상해 및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법 제9조) 아울러 도축 · 살처분 시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도살단계로 넘어가도록 명문화하여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했다.(법 제10조)

또한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동물등록제'를 전국 의무 시행 중이다. 동물등록제란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가 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 등을 위하여 가까운 시·군·구청에 동물등록을 해야 하며, 등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 제도다. 등록대상동물은 주택·준주택에서 기르거나 그 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2개월 이상인 개에 해당된다.

동물에게도 사람처럼 자유가 있다. 동물에겐 ‘5대 자유’라는 게 있는데, ▲배고픔과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 · 상해 ·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등을 보장받아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사진=픽사베이]

◇ 세계적 동물복지 강화 움직임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동물복지에 엄격한 잣대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제적인 분위기나 동향은 ‘국제기구의 동물복지정책 강화, 한-EU FTA, EU-칠레 FTA 등 국제협상에서 동물복지 논의, 지구 온난화의 원인 등 동물복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증대되는 추세에 있다. EU는 동물복지 5개년 행동계획(2012~2015)을 수립하고 2012년부터 산란계 일반케이지 사육 금지 및 2013년부터 돼지의 스톨 사육을 금지하는 등 구체적인 동물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지난 2018년 농무부(USDA)가 동물실험을 위해 새끼고양이들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이 같은 미국 동물복지법(AWA)은 거의 150년 전인 지난 1873년에 미농무성이 제정했다. 이 법률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사람을 위해 식용으로 희생되는 동물들도 수송과정에서 사료, 물, 휴식 등 적절한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고통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5~60년 전 미국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이 민법상 물건으로 취급돼 애완동물 상점(펫샵)이나 동물사육장, 동물원 등에서 물건 취급을 받는 수준이라는 걸 부정하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따라서 동물복지가 한낱 권고사항이 아니라 국가에서 관리ㆍ감독하는 의무조항으로서 관련 법률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정부가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법적 추진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한다. 「동물복지법」을 마련, 동물을 기르는 양육자의 돌봄의무를 강화하고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있도록 선진국 수준으로 제도를 정비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의 동물복지 강화 비전과 전략을 담은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지난 12월 6일 발표했다. ‘사람·동물 모두 행복한 하나의 복지(One-Welfare) 실현’을 위해, 새 정부에서 중점 추진해나갈 동물복지 정책 방향을 3대 전략과 77개 과제로 구성했다.

농식품부는 보호에서 동물복지 관점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 기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 체계로 개편하면서 학대 방지를 넘어 출생부터 죽음까지 생애주기 관점에서 동물의 건강·영양·안전 및 습성 존중 등 동물복지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농촌진흥청]

◇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추진 기반

우선 농식품부는 보호에서 동물복지 관점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 기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 체계로 개편하면서 학대 방지를 넘어 출생부터 죽음까지 생애주기 관점에서 동물의 건강·영양·안전 및 습성 존중 등 동물복지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민간 주도로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동물보호단체 등이 동물복지 교육·홍보, 동물학대 현장 지원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다양한 협업사업을 추진한다. 건전한 반려동물 양육 등 동물복지를 기반으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전담팀(TF)을 구성하고 내년 1분기까지 반려동물 관련산업 육성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건전한 반려동물 양육·돌봄 문화 정착을 위해 양육자의 돌봄의무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마당개 등 줄로 묶어 기르는 경우 짧은 목줄(2m 이내) 사용을 금지한다. 적정한 운동과 사람·동물과의 접촉 제공 등 동물의 기본적 욕구 충족을 돌봄 의무로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또 반려동물 입양예정자에 대한 양육 관련 소양·지식 등 사전교육을 확대하고 충동적인 반려동물 입양을 방지하기 위해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 의무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물학대 근절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단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대 행위자에 대한 기존의 최대 징역 3년, 벌금 3천만 원의 형사처벌 외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프로그램 수강·이수 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법 개정을 통해 피학대 동물을 소유자에게 반환할 경우에는 소유자가 사육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관계기관·학계 등 논의를 거쳐 학대 행위자의 동물 양육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동물학대 개념을 ‘상해·질병 유발 여부’에서 ‘고통을 주는지 여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농식품부는 동물 유실·유기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영업단계에서 동물을 입양할 때 등록을 의무화하고 코주름 등 동물 생체정보를 통한 등록과 농촌 지역(읍·면) 등록 의무화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진=픽사베이]

◇ 사후 처벌 중심에서 사전예방적 정책 도입 확대

농식품부는 동물 유실·유기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영업단계에서 동물을 입양할 때 등록을 의무화하고 코주름 등 동물 생체정보를 통한 등록과 농촌 지역(읍·면) 등록 의무화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소유자가 장기 입원, 재난 등으로 불가피하게 동물 양육이 어려운 경우에는 지자체가 이를 인수하도록 한다. 유기동물 입양 시에는 돌봄·양육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해 양육 포기로 인한 유기 발생을 방지할 계획이다.

개물림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 체계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보호자 없이 반려견이 기르는 곳을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반려견을 직접 안거나 가슴 줄을 잡는 등 이동을 통제해야 하는 장소의 범위를 주택에서 오피스텔, 다중생활시설 등 준주택으로 확대한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등 맹견에 대해서는 생산·수입 및 양육에 대한 관리를 더 강화한다.맹견·사고견에 대해 공격성, 사육환경, 소유자 통제 가능성 등을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기질평가제를 도입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실시한다.

불법적이고 무분별한 반려동물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반려동물 영업 관리 강화를 위해 동물 수입·판매·장묘업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영업자 준수사항을 강화하기로 했다. 생산·판매업 등 불법 영업 근절을 위한 처벌과 단속도 강화할 계획이다. 동물전시·미용·위탁관리업 등 등록업에 대한 허가제 전환,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 제한 방안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실험동물 복지 강화를 위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실험기관은 동물의 건강·복지 관리를 위한 전임수의사를 두도록 했다. 동물복지 인증제 활성화를 위해 갱신제(3년) 도입 및 인증 표시기준 마련 등도 추진하고 동물복지 도축장·운송차량 기준을 개선해 인증대상 축종·시설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동물 학대 처벌 수준을 합리화하고 현장 대응 실효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동물학대범죄 양형기준 마련을 통해 학대행위자가 적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다. [사진=픽사베이]

◇ 동물보호·복지 사후 조치 실질화 및 추진체계 개편

농식품부는 동물 학대 처벌 수준을 합리화하고 현장 대응 실효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동물학대범죄 양형기준 마련을 통해 학대행위자가 적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다. 또 피학대 동물의 구조·보호 등 현장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동물보호관(지자체)과 명예동물보호관(동물보호단체 등)의 합동 학대현장 조사 등 협력을 강화하고 구조·격리기간 확대 및 학대 대응 지침(매뉴얼) 마련·배포도 추진한다.

유기동물의 보호와 입양 여건을 개선하고 재난 시 반려동물 대피체계를 구축한다. 구조된 동물의 보호 여건 개선을 위해 동물보호센터를 내년까지 22곳으로 확충하고 보호·관리 인력기준 강화, 폐쇄회로 티브이(CCTV) 설치 및 종사자 교육의무화 등 준수 의무를 강화한다.

개·고양이 20마리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동물보호시설은 보호·격리실, 개체관리카드 등 시설·운영 기준을 갖춰 신고하도록 하고 민간보호시설 입지문제, 시설·운영여건 등 실태조사를 토대로 시설 보완 등을 포함한 개선방안도 마련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포함돼 있는 다양한 정책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세부방안 구체화, 후속 입법 조치 등을 이행하고 동물복지 강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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